'오송참사' 이범석 청주시장 "임시제방 관리 주체는 환경부 장관"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책임으로 기소된 이범석 청주시장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상래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과 서재환 전 금호건설 대표 등 역시 참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청주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한상원 부장판사)는 12일 이 시장과 이 전 행복청장, 서재환 전 금호건설 대표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시민재해치사) 혐의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 시장 측 변호인은 "청주시는 사고 원인인 제방의 유지·보수 책임 주체가 아니다"라며 "법령상 하천 점용 허가 구역의 유지·관리 의무는 청주시가 아닌 환경부 장관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된 구간은 환경청으로부터 하천 점용 허가를 받은 행복청의 점용 구역이었다"며 "'제방'과 '공사 구간 내 제방'의 관리 주체·책임은 명백히 구분돼야 한다"고 항변했다. 이 시장을 제방의 시설 유지·보수 책임자로 본 검찰의 판단을 정면 반박한 셈이다. 함께 법정에 선 이상래 전 행복청장과 서재환 전 금호건설 대표 역시 제방 관리의 실질적 의무를 져야 할 책임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전 청장 측은 "행복청은 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사고 구간의 하천점용 허가를 받았다"며 "하천을 점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은 것이지, 관리할 의무를 부여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서 전 대표 측도 "시공사의 의무는 특정 시설물에 한정한 것이 아니라 공사 현장 전반에 대한 안전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시공사가 이 사건의 제방을 실질적으로 관리·지배하고,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구축할 의무까지는 없다"고 일축했다. 이날 오송참사 유가족들은 재판 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시장 등 책임자 엄중 처벌과 김영환 충북지사의 조속한 기소를 촉구한 뒤 재판을 방청했다. 재판에서 책임자들이 혐의 모두 부인하는 모습을 지켜본 유가족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않았다. 오송참사유가족협의회 최은경 공동대표는 "이들 모두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죄송하다고 말하면서도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다들 권한만 주장하고, 아무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 모습에 답답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상래 전 행복청장은 법정을 나온 뒤 유가족에게 다가가 "도의적·정치적 책임에 대해선 사과드린다"면서 "다만, 행복청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유가족들은 "본인은 책임이 없는데 사과를 왜 하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8월 21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지난 2023년 7월 15일 폭우로 미호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 하천물이 밀려 들어와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됐다.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검찰은 참사의 책임을 물어 시공사·감리업체를 비롯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금강유역환경청, 충청북도, 청주시, 경찰, 소방 공무원 등 관련자 43명과 법인 2곳을 재판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