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당원들이 원치 않으면 혁신안 철회할 것"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반대 당론 무효화' 등 5대 당 쇄신안을 제시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당원들께서 원치 않으시면 저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직후 '계엄의 강'을 건너자며 이같은 제안을 내놓은 김 위원장은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당내 비토 여론이 일자, '전 당원 여론조사' 카드를 꺼낸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현안 관련 입장을 밝힌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당심(黨心)을 거스르면서까지 자신의 개혁안을 관철할 생각은 없다는 취지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오는 16일 새 원내대표 선출 전 김 위원장의 임기 연장 여부와 개혁안 관련 총의를 모으는 의원총회가 사실상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질의에는 "지난 번 원외(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 국회의원과 원외 위원장 연석회의를 열어 달란 요청들이 있었고, 절차에 따라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주말 동안 다양한 의견들을 종합하고 계속해서 의원들을 한 분 한 분 설득해 나가며 경청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앞서 원내 지도부는 예정돼 있던 의원총회를 개최 40분 전 취소한다고 공지했는데, 김 위원장과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전날 퇴임 기자회견에서도 오는 16일 선출되는 새 원내대표 체제 아래 총의를 모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개혁 논의를 체제 재정비 후로 미루자는 데 대해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개혁안에 대한 논의를 지도부에 따라 다르게 하겠다는 것은 좀 안타까운 해석"이라며 "전임 지도부든 신임 지도부든 개혁안에 대해선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또  "개혁의 적기를 놓쳐서 우리 스스로가 개혁의 대상이 되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겠다" 고 강조했다.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한 3선의 송언석 의원이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반탄(탄핵반대) 당론 철회 등과 관련해 "되돌릴 수가 없는 것"이라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데 관해선 "계엄 이후 많은 지지층이 탄핵을 반대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당이) 헌법재판소에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던 것도 저는 존중한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다만 "그 이후 헌재에서 대통령 파면 결정이 전원으로 이뤄졌고, 그렇다면 우리 당이 어떠한 입장을 취할 것인가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 부분에 대해 당원 여러분들께 그 의견을 묻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라며 "다시 한 번 의원들께 간곡히 요청드린다. 당원 여론조사를 실시할 수 있게끔 힘을 모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당헌당규상 명확한 규정이 없는 조사이기에, 비대위 의결에 준하는 의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본다고도 밝혔다.   여전히 계엄·탄핵을 바라보는 당심과 민심 사이 괴리가 큰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저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당원들은 늘 현명하고, 똑똑하고, 옳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대선에서 빚어진 '단일화 파동'과 관련 "후보 교체 과정의 잘못을 제대로 바로잡아 주셨던 것들도 당원 분들"이라며 "우리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알고 계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실 저도 헷갈린다. 비대위원장으로서 우리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 개혁안들을 고민하고 제시하면서 매 순간 저도 헷갈리는 순간들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렇다면 그 방향의 선명성을 잡기 위해 당원들께 의사를 묻는 것이 민주주의 한 방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대선에 패배했으면 오답노트를 제대로 작성해야 된다. 작성 과정이 기쁘거나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을 것"이라며 "당연히 뼈를 깎는 고통으로 '내가 왜 틀렸지', '왜 잘못했지' 등을 돌아보며 (내부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고 당연히 갈등이 있을 수 있다 "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하지만 그 갈등을 피하기 위해 오답노트를 적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럼 또 틀릴 것"이라며 "우리가 잘못을 제대로 인지하고 바꿔 나갈 의지가 있다는 것을 국민께 보여드리는 모습이 더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위원장이 주도하는 개혁이 당 내 분열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친윤계 시각에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강력한 자체적 쇄신 없이는, 이재명정부의 '삼권분립 위협' 등에 대해서도 대여(對與) 투쟁을 할 명분을 잃게 된다는 게 김 위원장의 주장이다.   이달 말 종료되는 비대위원장직 임기에 대해선 "(당) 개혁을 완수하지 못한다면 제 임기는 의미 없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