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춘화, 폐소공포증 고백…"故이주일, 두개골 함몰에도 날 업고 나가"
레전드 가수 하춘화가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고(故) 이주일과의 특별한 일화를 전했다.
하춘화는 지난 12일 방송된 MBN '가보자GO' 시즌5에서 과거 故이주일을 리사이틀 MC로 추천한 사연을 전하며 "제가 공연을 한 8500회 했는데 이주일 씨하고 한 7천회 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무명 시절 이주일 씨가 리사이틀 진행자 모집 오디션에 왔는데, 우리 단장이 '얼굴이 너무 못생겨서 보지 않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내가 '열심히 잘하는 거 같으니 한번 보자'라고 했는데 정말 잘하더라. 그때 인연이 돼서 10년간 내 리사이틀 전속 MC를 봤다"고 떠올렸다.
이어 하춘화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철도사고인 이리역 폭발 사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사건은 지난 1977년 11월 11일 전라북도 이리시 이리역(현재 익산시 익산역)에서 발생한 대형 열차 폭발 사고로 당시 1400여 명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만여 명의 이재민도 발생했다.
하춘화는 "사고 지역과 약 500m 떨어진 곳에 공연장이 있었다. 다음 무대를 준비하려고 대기실에 갔는데 폭발 사고가 나서 지붕이 무너졌다"며 "이주일 씨가 벽돌에 머리를 맞아 두개골이 함몰되는 중상을 입고, 나는 어깨 타박상을 입었는데, 본인이 다친 것도 모르고 나를 업고 나가더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이대로 죽는구나' 생각했다. 흙더미가 덮치고, 계속 땅속으로 묻히는 느낌이었다"며 "그 뒤로 폐소공포증이 생겨서, 좁은 곳에 가면 식은땀이 난다"고 트라우마를 밝혔다.
이어 "(이주일 씨가) 그 이후에 의리의 사나이, 생명의 은인 이런 말을 들을 때도 '제 밥벌이하는 주인공인데, 죽으면 안 되니 업고 나온 거다' 하더라. 사실 그렇게 하기 쉽지 않다"며 "일찍 돌아가셔서 아쉽다. 지금 있었으면 같이 공연도 많이 했을 텐데"라고 감사와 그리운 마음을 전했다.
가수가 된 사연도 언급했다. 하춘화는 "예전에 동화백화점이 있었는데, 백화점 4층에 동화 예술 학원이 있었다. 내가 6살 때 아버지가 학원에 입학을 시켜줬다"며 "아버지는 '부모는 자식의 타고난 소질을 길러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 아버지가 아니었으면 가수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모두가 반대했는데 아버지만 적극적으로 후원해 주셨다"고 아버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어머니에 대해선 "겨울에는 어머니가 털신을 데워주셔서 털신을 신고 연습을 하러 갔다"고 언급했다.
이날 방송에서 하춘화는 리사이틀 무대와 함께 다양한 일대기에 관한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에 제작진은 하춘화 아버지의 AI 영상 메시지를 준비했고, 하춘화는 자신을 향한 애정이 담긴 아버지의 영상 메시지에 눈물을 흘리며 감사를 표했다.
한편, MBN '가보자GO' 시즌5는 안정환과 홍현희가 친구의 집부터 그 인물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일터나 연습실 등과 같은 특별하고 의미 있는 장소들을 방문해 인생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시즌5는 매주 토요일 저녁 8시 2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