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물가대책 타깃된 라면회사들, 글로벌로 눈 돌린다

"라면은 서민음식"이라는 오래된 인식과, 정부 주도의 가격 통제 등으로 인해 국내라면 시장이 성장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모양새다.   결국 업계는 해외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라면업체들은 이제 내수 중심에서 벗어나, '글로벌 실적'으로 기업 가치를 증명하는 시대를 준비 중이다.   "50원 남기기도 힘들어"…해외서 해법 찾는 업계  1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농심은 대형마트에서 인기 라면류를 16~43% 할인하고, 편의점에서는 2+1 행사를 진행한다. '배홍동 비빔면'은 오는 17일까지 최대 43%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오뚜기도 라면 제품을 최대 20%까지 인하하고, 진라면·짜슐랭 등은 편의점에서 1+1·2+1 방식으로 판매하기로 했다. 팔도도 특정 라면을 최대 반값에 선보인다.   해당 할인 행사들 모두 최근 정부가 급등하는 가공식품 가격을 잡기 위해 식품·유통업계와 손잡고 대규모 할인 행사를 추진한 데 따른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조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대놓고 말은 못 하지만 속은 끓는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각 회사의 주력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신라면(농심)이나 진라면(오뚜기)을 팔아서 50원 남기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 "그래서 비주력 제품에 가격을 어느 정도 책정하며 수지타산을 맞추는 것인데, 그 비주력 제품들이 또 많이 팔리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삼양식품, '불닭' 앞세워 중국에 첫 해외공장 착공 결국 국내 식품업체들은 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해외로 더욱 눈을 돌리고 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시리즈의 글로벌 흥행을 발판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2022년 68%, 2023년 77% 등 꾸준히 증가해 2024년에는 급기야 80%를 넘어섰다. 주가는 지난 11일 153만 3500원을 찍으며 150만 원대를 처음 돌파했다.   여기에 중국 절강성 자싱시에 첫 해외 생산기지인 '삼양식품(절강) 자싱공장' 착공에 들어가며 현지화 전략에도 본격 나섰다. 총 2014억 원이 투입되는 자싱공장에서 연간 최대 8억4천만 개의 불닭볶음면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 제품들은 전량 중국 내수시장에 공급된다. 중국은 삼양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할 만큼 핵심 시장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삼양은 국내 4개 공장(원주, 익산, 밀양 1~2)에서 미주·유럽 수요를, 중국 공장은 중국 내수를 맡는 글로벌 생산 분업 체계를 갖추게 된다.   농심, '신라면 툼바'로 유럽·미국·동남아 접수중 농심도 '글로벌 드라이브'를 전면에 내걸었다. 신제품 '신라면 툼바'가 출시 1년 만에 국내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글로벌 전략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신라면 툼바는 미국, 일본, 호주 등 60여 개국에 수출되며 'K라면'의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지 생산을 통해 월마트에 입점했고, 일본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는 초도 물량 100만 개가 2주 만에 완판되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 틱톡샵에 라면업계 최초 브랜드숍을 개설하고, K팝 스타와 협업한 드라마 마케팅 등 로컬화 전략도 가속화 중이다.   유럽에서도 공격적 확장이 이뤄지고 있다. 농심은 올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농심 유럽법인'을 설립하고, 테스코(영국), 까르푸(프랑스), 레베(독일) 등 주요 유통망과 협력해 현지 맞춤형 제품 라인업 확대에 나섰다. 2030년까지 유럽 매출을 4배 이상 확대해 3억 달러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와 동시에 국내에서는 부산 '녹산국가산단'에 연 5억 개 규모의 수출 전용공장도 착공했다. 2026년 완공되면 기존 부산·구미 공장과 함께 연간 수출 라면 생산능력이 12억 개로 확대된다. 2024년 기준 농심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37.9%다. 여전히 내수가 62.1%로 더 많지만, 신라면 툼바 중심의 해외 확장 전략이 본격 궤도에 오른 만큼, 수년 내 외형 비중 변화도 예상된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국내 실적보다 해외 확장이 기업의 성과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면서 "글로벌 무대에서 K라면의 경쟁력을 증명해야 기업의 미래를 보장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