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독주, 野무기력…증인 없는 맹탕 청문회 반복
이재명 정부 초대 내각 구성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증인·참고인이 거의 없는 '맹탕 청문회'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원 통과"를 외치며 전면 방어에 나선 여당 입장에선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략 차원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후보자별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청문회를 지켜보자"고 공언해 놓고는, 정작 의혹을 다루는 청문회를 맹탕으로 만드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야당 역시 제기된 의혹에 대한 꼼꼼한 검증보다는 '군불때기' 식 여론전에 더 공을 쏟는 모습이라, 이런 흐름이 앞으로 더 뚜렷해질 가능성도 적잖아 보인다.
與, 증인 0명…'리스크 최소화' 전략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부터 시작된 17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채택된 증인·참고인은 각각 '0명'이거나 '1~2명'에 그친다.
강선우 여가부장관 후보자 청문회도 증인이 1명이었다. 야당에서 강 후보자의 전직 보좌관을 증인으로 요구했지만, 여당이 거절하면서 무산됐다.
이날 함께 열린 전재수 해수부장관 후보자 청문회도 증인은 없고 참고인만 1명에 불과했다. 추후 예정된 조현 외교부장관 후보자, 정은경 복지부장관 후보자, 구윤철 기재부장관 후보자 등의 청문회도 채택된 증인·참고인이 각각 0명이다.
청문회 증인·참고인 채택은 각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주관하는 상임위별 여야 간사간 합의로 정해진다. 그런데도 모든 상임위가 계획한 것처럼 하나같이 증인·참고인을 최소화 하고 있는 셈이다.
여당은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증인·참고인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 통제되지 않는 이들이 전국에 생중계되는 청문회에 나와 폭로 등 폭탄 발언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여당 의원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여당 소속 의원이 상임위원장까지 맡고 있는 곳의 경우 증인·참고인 채택 협상이나 청문회 날짜 등을 야당과의 합의 없이 '일방 통보식'으로 한 상임위도 있다고 한다.
무기력한 野, '흠집 내기'만 집중야당은 증인 채택 과정에서 여당 다수결의 힘에 대적할 뚜렷한 전략을 보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야당 소속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곳에서도 청문회 일정 조율에 '협조'하면서도 증인 채택의 성과를 거의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 야당 관계자는 이를 두고 "핵심 의혹과 관련된 증인, 참고인을 부르지 않으면 청문회를 열어주지 않겠다고 하는 등 끝까지 버티면서 싸워야 하는데, 뭐 하나 얻는 것도 없이 당하고만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청문회를 열어 이렇게라도 여론전을 펴는 게 당 차원에서 더 전략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정부 여당에 대한 '흡집 내기'에 집중하느라 의혹에 대한 검증 자체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 한성숙 중기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위한 여야 간사간 증인·참고인 협상 당시 야당에선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증인으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해 제기된 '성남FC 의혹'에 네이버 출신 인사가 포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는데, 한 후보자도 네이버 출신이니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논리다.
이를 두고 한 여당 의원은 "장관 청문회가 아닌 성남FC 청문회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복되는 與 '맹목 방어' 野 '흠집 내기'…청문회 무용론도
정치권 일각에선 청문회 정국에서 여당의 '맹목적인 방어'와 야당의 '덮어놓고 때리기'가 반복되는 것을 두고 '청문회 무용론'도 제기된다.
후보자는 '자료 제출 거부'로 버티고, 여당은 증인·참고인 채택 없는 '맹탕'으로 만들고, 야당은 '흠집 내기'에 몰두해 반사 이익만을 노리는 모양새가 정권의 성향을 막론하고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와 무관하게 인선을 밀어붙이는 흐름도 계속되고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점점 청문회 통과 기준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는 청문회 현장에서 특별하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낙마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