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음란 편지'로 기름 부어…'엡스타인 진실' 밝혀질까

이른바 '엡스타인 음모론'을 놓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반발·분열이 가시화된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트럼프 음란 편지' 보도 이후 또 다른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엡스타인 진실 파헤치기'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소극적인 태도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와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가 해당 보도를 '가짜뉴스'로 단정지으면서 약화 조짐을 보였던 마가 진영을 하나로 모으고 있는 것이다.   앞서 WSJ는 지난 17일(현지시간) "2003년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 선물로 받은 편지들을 검토한 결과, 그중에는 나체 여성의 윤곽이 담긴 내용과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이 포함된 편지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스티브 배넌은 18일 한 언론사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WSJ 소유주인) 루퍼트 머독이 트럼프를 얼마나 싫어하는 지 보여줬다"며 "머독은 대통령을 파괴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이제 반격의 시간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으며, 진정한 적들과 맞서 싸울 것"이라며 "우리는 마침내 공격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엡스타인 리스트'가 존재하지 않고 추가로 공개할 문건도 없다"고 발표한 팸 본디 법무부 장관을 강한 톤으로 비판했던 로라 루머도 WSJ 해당 기사에 대해서는 "완전히 가짜"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영향력 있는 마가 인사인 찰리 커크도 X에서 "트럼프는 (편지 내용처럼)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며 "나는 그런 보도를 믿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SNS에 "해당 편지는 가짜이고 이건 내가 말하는 방식이 아닌데다 나는 편지에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팸 본디 미 법무장관에게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련한 재판 기록을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미성년자 성매매로 체포된 뒤 사망한 엡스타인과 트럼프 대통령이 친분이 있었다는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다만 재판 기록이 엡스타인 사건으로 수집된 증거중에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가 엡스타인 관련 파일 전체를 공개하라는 마가의 요구를 잠재우기에 충분할지는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배넌은 "재판 기록의 공개는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적으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엡스타인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유착 의혹은 현재 미국 내 가장 뜨거운 정치적 논란거리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억만장자 엡스타인은 2019년 미성년자 성 착취 혐의로 수감 중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사후 '엡스타인 음모론'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엡스타인이 미국 정재계 거물들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 여기다 구체적인 리스트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특히 리스트 속 거물들이 자신의 성범죄가 드러날까 두려워 엡스타인을 자살처럼 위장해 살해했다는 음모론이 유행처럼 번졌다.    이에 마가들은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엡스타인 리스트'의 진실을 파헤쳐 기존의 '정치·경제 기득권 세력'을 타파해줄 것을 간절히 원했다.    '엡스타인 스캔들'에 트럼프 대통령도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트럼프는 이를 부인하면서 대선 후보 시절 집권시 엡스타인의 사망과 관련된 파일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 엡스타인에 대한 사건 기록과 수사 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도리어 지난주 법무부와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엡스타인이) 저명 인사들을 협박했고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에 대한 증거는 없고 리스트도 없다"는 내용의 두 장 분량 서류만 공개하면서 마가 진영을 폭발시켰다.    트럼프 지지층은 엡스타인 사건 규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며 마가 모자를 불태우는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스티브 배넌은 법무부 발표 직후 "엡스타인 사건을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다간 공화당은 2026년 중간 선거에서 40석 이상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고, 로라 루머는 엡스타인 사건을 감추는 법무장관을 즉시 해고해야 한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