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보다 주식수가 더 문제…韓 증시, 아직 시작일 뿐"[경제적본능]
최근 한국 증시가 사상 처음 시가총액 3000조원을 돌파했다. 불과 반 년 전만 해도 '국장 탈출이 지능순'이라는 비아냥이 난무했지만, 이제 분위기는 정반대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한국 주식시장의 구조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특히 최근 상법 개정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상법 개정 효과, "EPS가 아닌 주식수 싸움"박병창 교보증권 이사는 최근 증시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상법 개정에 따른 기업 지배구조 변화'를 꼽았다. 이번 개정으로 이사회의 주주 충실 의무가 명문화되고 자사주 의결권 제한, 물적·인적 분할 규제가 시작된 것이 시가총액 급등으로 직결됐다는 설명이다.
박 이사는 "상법 개정으로 이익이 갑자기 늘어난 건 아니지만, 주식 수가 줄어들면 주가가 오른다"고 짚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은 과거 무분별한 증자, 자사주 남용, 오너 일가의 자산 승계 수단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해왔다"며 "이제 주식 발행이 억제되고 자사주도 의무 소각이 도입되면서 지수 상승 동력이 확보됐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1년 대비 코스피 지수는 11% 올랐지만 시가총액은 30% 이상 불어났다. 박 이사는 "이렇게 주식 수가 많아지는 시장에선 지수가 올라가도 투자자 체감 수익은 저조하다"며 "이제 분모가 줄어드는 구조 전환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미국발 인플레 재점화? "7~8월이 분수령"글로벌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짚었다.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 특히 의류, 가전 등 생활필수품 가격이 오르면서 월가는 '관세발 인플레'가 본격화할 가능성을 우려 중이다.
박 이사는 "파월 의장도 관세 인플레이션 우려를 언급했다"며 "현재는 재고 효과로 물가 반영이 늦어졌지만 7~8월부터 본격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전히 금리 인하를 주장하고 있어, 금리 결정에 혼선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는 "미국 10년 국채금리가 4.5%까지 올라간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은 약화됐다"며 "글로벌 증시는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韓 증시, 진짜 외국인 매수는 '지금부터'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유입은 이제 막 시작됐다는 평가다. 박 이사는 "상법 개정 발표 이후 외국인 순매수는 4조원 수준으로, 과거 30조원 넘게 유입된 것에 비하면 초기 단계"라며 "외국인 지분이 저점에 있는 삼성전자, 은행주, 지주사들이 아직 추가 상승 여력이 크다"고 밝혔다.
특히 상법 개정의 최대 수혜주는 지주사와 금융주로 꼽았다. 박 이사는 "자사주 소각, 분할 제한 등으로 그간 저평가된 종목들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며 "전력·인프라 관련주도 장기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제 시작이다…하반기 주목할 투자처는?"박 이사는 하반기 주목할 섹터로 전력 인프라주를 꼽았다. 데이터센터 확장, 전력망 노후화 개선, 글로벌 재건 수요 등이 겹치면서 전력기기, 케이블, 에너지 인프라 기업들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단기 급등 이후 조정이 나올 수 있지만, 시장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 투자는 유효하다"며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국 증시는 지금이 '출발선'이라는 것이다. 박 이사는 "주가는 실적뿐 아니라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상법 개정 이후의 한국 증시는 이제 겨우 첫 걸음을 뗐다"고 덧붙였다.
▶▶ 박병창 이사의 전체 분석은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