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 오조작사고 끔찍한데…안이한 국토부 대책

"요즘 도롯가나 횡단보도에 서 있기가 무서워요. 언제 어디서 자동차가 돌진해 올지 누가 알겠어요. 도무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으니까 더 불안하죠"   느닷없이 자동차가 인도로 돌진하거나 시장통을 질주하는 사고가 잇따르자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제주시 우도면 천진항에서 지난 24일 발생한 어이없는 교통사고에 국민들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제주관광을 위해 배에서 내려 목적지로 향하던 사람들이 느닷없는 자동차의 질주에 피할새도 없이 부딪치고 튕겨나가고 겁에 질린채 우왕좌왕하는 아수라장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더 우려되는 사실은 무고한 시민 20여명(사망자 4명)을 친 1톤 트럭 돌진사고가 불과 10여일전 부천시에서 발생했었는데 그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유사 사고가 또 발생하고 말았다는 점이다.   영문도 모른 채 사고를 당한 여러 사람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안긴 두 사고의 공통점은 운전자의 나이가 60대이고 가속해서는 안될 상황에서 자동차가 질주했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다 보니 피해가 더 커졌다는 사실이다. 이뿐이 아니다. 올들어서만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청주시의 역주행사고(9명 사상)나 서울시 공덕동 인도 돌진사고(1명 사망) 등은 모두 비슷한 유형의 사고로 자동차의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상황에서 가속페달을 밟는 바람에 발생한 교통사고로 확인이 되고 있다.   과거에도 이런 사고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유독 최근들어 사고가 빈발하는 건 사고가 짧은 기간에 겹친 우연도 있겠지만 1년전 서울시청 부근에서 발생한 대형참사(9명 사망)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적절한 맞춤형 대응을 하지 못한 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해 6,70대는 물론 80대까지 운전대를 잡는 경우가 흔해지면서 페달 오조작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은 어느때보다 높아진 게 현실이다. 고령운전자는 노화로 인해 인지기능이 저하되고 운전중 발생하는 위기 대처역량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또 한가지 고령운전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사회에서 더 늘면 늘었지 감소할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한다. 그렇다면 고령 운전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적절한 사고방지대책이 충분한 정도로 나와야 한다.   60세나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모두 운전대를 놓는다면 문제는 일시에 해결되겠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운전포기는 개인의 선택이지 강제할 방법도 없고 정당성도 없다. 고령인구도 삶을 위해서는 자유롭게 이동해야 하고 운전은 이동의 주요 방편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페달 오조작사고 대책의 하나로 지난 2015년부터 60대 이상 국민에게 운전면허의 자진반납을 권유하고 최근들어서 20~50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고령 운전자들이 빠른 속도로 면허증 반납에 참여하고 있긴 한데 이것만으로는 단기간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2015년~2024년까지 25만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면허증을 자진 반납했지만 이 수치는 우리나라 65세 이상 총인구수(1055만 8842명)의 2.43%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국토부와 경찰청이 추진중인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의 무상보급은 효과가 확실한 대신 역시 당장 빈발하는 사고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노령 운전인구 대비 보급 숫자가 너무 작다. 경찰청과 손해보험협회 등은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올해 141명의 고령운전자 차량에 장착해 그 효과를 확인했다. 이 장치는 3개월동안 71건의 가속 의심사례를 차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조작에 의한 사고를 71건 예방했다는 의미다. 내년에는 1500여대로 확대 장착을 추진한다는데 최근 잇따르는 사고를 감안해 늘려잡은 것이라지만, 전국의 고령 운전자수에 비해 그 숫자가 너무 작다. 시험 실시에서 효과가 확인된 만큼 예산을 포함해 장치 보급 숫자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 대책이 빈틈없이 추진돼야 기존 출고된 자동차에 의한 오조작 사고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새로 출고되는 자동차에 안전장치의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고친다면 무고한 희생의 행렬을 완전히 끊어낼 수 있다. 입법안의 핵심내용은 '차량이 정지한 상태에서 전후방 1~1.5미터 범위에 장애물이 감지됐을 때 운전자가 급가속 페달을 조작해도 작동을 막는 것'이다. 국토부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을 위해 입법예고 중(~12월초까지)이며 내년 공포, 2029년 1월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시행 시점이 너무 늦다는 지적이 나오는 점을 감안, 이에대한 추가 의견수렴을 거칠 필요가 있다. 예상하지도 못한 사고가 전국 곳곳에서 빈발하고 있고 불특정 다수의 국민들이 희생되는 마당에 사고를 원천 방지할 수 있는 대응책을 두고도 적용시점을 늦춰잡은 이유를 언뜻 납득하기가 어렵다. 정부가 꼬리를 물고 있는 사고에 둔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을 새겨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