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두 달인데 '공회전' 방미통위…기관장도 위원도 없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출범 두 달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0인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방미통위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정파적 한계를 개선하고 유료방송 정책 기능을 흡수하기 위해 17년 만에 개편되면서 주목을 받았지만, '개점 휴업' 상태로 두 달의 시간을 보냈다.
방미통위는 지난달 1일 방미통위 설치법 시행에 따라 새로 출범했다. 인터넷·케이블TV 인허가, 뉴미디어·디지털 방송 정책 등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이관 받아 방송미디어 관련 정책을 방미통위로 일원화했다. 하지만 정작 위원장과 위원 등 선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위원 공모 절차 등도 진행 중인 것이 없다.
방미통위 설치법에 따라 방미통위 위원 수는 기존 5인에서 상임·비상임 7인으로 늘었다. 상임위원은 위원장, 부위원장 등 3인인데, 대통령과 국회 여야 정당이 각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비상임위원 4명은 여야가 2명씩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하지만 위원회 인선 하마평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방미통위 내부에서는 "하마평조차 나오지 않고 있어 당황스럽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과천청사에 있던 방통위 현판 자리는 두 달이 되도록 비어 있는 상태다. 방미통위는 위원회 구성이 완료되는 시점에 현판식을 연다는 계획이다.
후보군에 들었던 이들이 직을 고사했다는 얘기도 국회와 언론계 안팎에서 나온다. 새 정부 출범 후 초대 방미통위 위원장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적합한 인물을 찾기가 어려운 게 아니냐는 것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위원 추천 여부에 관해 약간의 입장 변화가 생겼다. 당초 국민의힘은 방미통위 설치법에 반발해 야당 몫 추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CBS노컷뉴스에 "방미통위를 억지로 밀어붙이며 이진숙 제거 외에는 아무 진전도 이루지 못했다"면서도 "정부여당이 방미통위 위원을 추천한다면 우리도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방미통위의 개점 휴업이 길어지면서 방송 3법에 따라 이사회 개편 등 후속 작업을 이행해야 할 공영방송 내부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KBS는 개정 방송법 부칙에 따라 26일까지 새 이사회를 꾸려야 했지만, 방미통위 구성 지연으로 시작도 못 한 채 위법한 상태로 넘어갔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EBS 이사진 개편 시한도 개정법 부칙에 따라 다음달 9일로 다가왔다. 이 또한 방미통위 위원장 임명에 필요한 국회의 인사청문 기간 등을 고려하면 법 위반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관 부처가 하루아침에 바뀐 유료방송 업계의 문제는 더욱 더 심각하다. 유료방송업계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장 이후 지속적인 가입자 수 감소로 인해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율 완화 등 여러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해왔다. 그러나 갑자기 업무가 방미통위로 이관된데다 위원회 구성마저 미뤄지면서 정부조직 개편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다.
이에 언론단체는 26일 대통령실 앞을 찾아 '방미통위 정상화'를 촉구했다. 대통령실과 여야가 위원 추천을 더 늦춰선 안 된다는 게 이들의 핵심 요구 사항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하마평으로도 방미통위 7명의 위원 중 한명의 이름조차 들리지 않는다"면서 "방송법을 개정했고 위원 후보를 추천해야 할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의 시행 기간을 넘긴 이 사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호찬 언론노조 위원장은 방미통위 위원 구성 지연과 관련해 "KBS, YTN, TBS,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등 각 방송사·기관의 피해가 여전하고 MBC, EBS 등이 오는 12월9일까지 이사회를 구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방미통위의 정상화가 늦어져 문제 해결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여당 스스로 만들어낸 3개월의 시한을 어떤 설명도 없이 인사 문제라는 이유로 넘기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하루 속히 방미통위 위원 구성을 완수해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