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장기 실종 여성 사건…범행은 치밀·추적은 허술했다
'청주 실종 여성 사건'의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결정적인 단서는 실종자의 차량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피의자는 실종 여성의 차량을 치밀하게 은닉해 온 사이 경찰의 추적은 허술한 대목을 남겼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충북경찰청은 A(54)씨를 폭행 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전 여자친구 B(50대)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지난달 14일 행적을 끝으로 45일째 행방이 묘연한 상태인데, 차량의 소재가 파악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B씨의 차량은 26일 충주시 충주호에서 물에 잠긴 상태로 발견됐다. 이틀 전인 24일 A씨가 이곳으로 직접 차를 끌고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차량은 한 달 넘게 A씨 지인의 사업장에 숨겨져 있었다.
B씨에 대한 실종 신고를 접수한 지난달 16일부터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그의 휴대전화 위치 정보가 확인된 진천군 옥성저수지를 중심으로 소방과 공조해 수색했다.
차량 추적도 병행했지만 꼬리를 놓쳤다.
경찰은 A씨가 번호판을 교체하고 방범 CCTV가 없는 곳을 골라 이동해 지인의 사업장을 옮겨 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번호판을 바꾸고 밤길 역주행 등 교묘하게 CCTV를 피해 이동해 차량 추적에 어려움이 따랐다"고 말했다.
때문에 사건 초기 참고인 조사 역시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실종 신고 직후 경찰의 주변인에 대한 조사에서 A씨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경찰은 초기부터 A씨를 용의자 선상에 올려놓고 수사를 벌여왔지만, 차량 등 유력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진술에 의존하다 보니 단서를 확보하는 데 한계에 부딪혔다.
그러다 경찰은 지난 22일 전담팀을 꾸려 차량 소재에 대한 집중 수사에 나섰고, 첩보를 토대로 차량 위치를 확인했다.
결정적 단서인 차량이 확인되자 A씨는 B씨를 만난 사실과 폭행을 실토하기 시작했다.
초기 차량 추적에 보다 집중하고, 신속했다면 사건이 이토록 장기화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부실 수사 논란 여지가 남는 대목이다.
경찰은 A씨가 B씨를 유기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대대적인 수색을 벌이고 있지만, A씨는 B씨의 행방에 대해 "모른다"는 진술만 되풀이하고 있다.
경찰은 A씨가 B씨와 헤어진 뒤에도 여러 차례 다퉜던 점, 지난달 16일 퇴근한 뒤 이튿날 오전에 귀가한 점 등을 토대로 실종 이후의 행적에 대해 집중 추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