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 품고 '날개' 단 네이버…당국 심사 등 '과제'도 산적
"네이버는 지금까지 우수한 역량을 갖춘 파트너들과 인수합병(M&A)으로 우리나라 정보기술(IT) 시장을 지켜왔습니다. M&A를 안 했다면 네이버는 망해서 없어졌을 것입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의 합병을 공식화하면서, 네이버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 설명한 합병 추진 배경이다. 네이버는 두나무를 품으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향후 글로벌 디지털 자산 시장 진출에 탄력이 붙게 됐다. 그러나 전례 없는 '빅테크-가상자산' 결합인 만큼, 금융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대 결제사업자+최고 블록체인 업체 융합…"새 질서 세울 것"
28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두나무는 전날 경기 성남 네이버 제2사옥인 '네이버 1784'에서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두나무를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내년 5월로 예정된 주주총회 승인을 거치면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자회사이자 네이버의 손자회사가 된다.
이로 인해 3400만 명이 넘는 사용자와 연간 80조 원에 이르는 결제 규모를 확보 중인 국내 최대 간편결제 사업자인 네이버파이낸셜과 국내 최고 수준의 블록체인 기술력을 보유한 두나무가 융합하게 됐다. 간담회에서 이 의장은 "네이버의 AI 역량은 웹3와 시너지를 발휘해야만 차세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웹3는 블록체인과 탈중앙화 기술을 기반으로 사용자가 데이터와 자산을 소유·제어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안전한 거래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플랫폼 중심이 아닌 사용자 중심의 데이터·콘텐츠 관리가 가능해진다.
두나무 송치형 회장도 "3사가 힘을 합쳐 AI와 블록체인이 결합한 차세대 금융 인프라를 설계하고 지급결제를 넘어 금융 전반, 나아가 생활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글로벌 플랫폼 질서를 만들어가고자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네이버 최수연 대표도 "AI가 스스로 판단해 결제와 인증을 수행하는 에이전틱 AI 시대에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의 역량을 하나로 묶어 글로벌 혁신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스테이블 코인 서비스 선보일듯 …나스닥 상장 가능성까지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스테이블코인 지갑이나 가상자산거래소 계좌 등 탈중앙화된 뱅킹 서비스를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네이버파이낸셜의 간편결제 생태계와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해 네이버페이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을, 업비트는 유통을 맡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신규 발행해 업비트에서 유통하고, 이를 네이버 쇼핑 결제에 활용하는 방안이 가능해진다.
네이버의 방대한 콘텐츠 지적재산권(IP)과 블록체인이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네이버웹툰이 보유한 글로벌 IP를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과 연계해 손쉽게 판매할 수 있다. 해외 이용자는 네이버 콘텐츠를 결제할 때 은행이나 카드 업체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국가별 결제 시스템이 필요 없기 때문에 구매 장벽이 대폭 낮아지는 것이다.
네이버가 블록체인·가상자산 인프라를 기반으로 해외 결제·송금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같은 사례가 있다. 페이팔은 자사 스테이블코인 'PYUSD'를 블록체인 네트워크 스텔라에 출시했고, 미국 투자사 JP모건은 블록체인 플랫폼 카이넥시스를 통해 자산 토큰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일각에서는 나스닥 상장 가능성도 언급된다. 이번 합병 과정에서 송 회장은 네이버에 본인의 최대주주 의결권을 위임했는데, 네이버가 네이버파이낸셜의 지분 가치를 올리기 위해 나스닥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업비트는 국내 규제 한계로 추가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최 대표는 "나스닥에 상장한다거나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가 합병한다는 등 향후 구체적인 구조 조정 계획은 정해진 바가 없다"며 "향후 상장을 고려할 때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질의 목표를 고려해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중복 상장 이슈에 대해서도 사회적인 문제점이 많고 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점 인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주 설득에 금감원·공정위 심사 줄줄이 거쳐야…"시간 걸릴 듯"
합병을 공식화했지만, 향후 주주총회와 당국의 심사 등 까다로운 절차가 산적해 있다.
우선 합병을 위한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과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어떤 비율로 결정되든 양사의 주요 주주들이 합병 비율이나 주요 결정안에 불만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당장 두나무의 3대 주주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지분 10.6%)는 네이버와 경쟁 관계에 있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주 설득이 주요 과제인 셈이다.
규제 당국의 승인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간편결제와 가상자산 결합으로 불거질 수 있는 금융 리스크가 적절히 관리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양사의 결합이 자칫 시장 독점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살펴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가분리' 원칙 논의가 다시 제기될 수 있다. 이는 금융업과 가상자산업을 명확히 분리해 운영하도록 하는 원칙으로, 이에 따르면 금융사는 가상자산을 직접 취급할 수 없고 가상자산 사업자는 금융상품이나 예금,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가상자산 시장 충격이 전통 금융산업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당국이 최근 규제 완화 가능성을 언급한 데다, 양사 모두 전통적인 금융회사로 보기 어려워 이번 합병이 금가분리 원칙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금가분리 원칙에 명문화된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당국의 해석에 따라 합병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도 주요 변수다.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두나무와 국내 1위 핀테크 기업인 네이버파이낸셜은 각각 산업군에서 지배적 사업자인 만큼, 독과점 이슈가 제기될 수 있다. 만약 공정위가 이번 합병에 대해 '경쟁제한성'이 크다고 판단할 경우 합병 불허, 일부 사업·자산·지식재산권 매각 등 시정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파이낸셜 박상진 대표는 간담회에서 "이번 딜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공정위뿐 아니라 금융위·금감원 등 여러 감독 당국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섣불리 입장이나 해석을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공식화된 만큼 각 당국과 긴밀히 소통해 시장 규모와 전략, 현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관련 법·가이드라인을 충실히 준수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빅테크와 가상자산 플랫폼 결합은 국내 첫 사례에 해당하기 때문에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당국에서도 여러 변수와 영향을 고려해야 해 심사가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