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혼돈의 FA 시장' 김현수에 김재환·최형우도 떠난다
역대 최다 관중의 뜨거운 흥행 몰이를 펼친 올해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와 역대 한국 프로 스포츠 최장 기간 및 최고액 계약까지 성사되면서 인기를 과시했다.
그만큼 선수들의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부족한 자원에 성적을 내야 하는 구단들의 상황이 맞물려 나이가 적잖은 베테랑들도 스토브 리그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 모양새다.
일단 올해 한국 시리즈(KS) 최우수 선수(MVP) 김현수(37)가 포문을 열었다. LG의 통합 우승을 이끈 김현수는 FA(자유계약선수)로 풀려 지난 25일 kt와 3년 50억 원에 계약했다. 두산에서 연습생 신화를 쓴 김현수는 메이저 리그(MLB)를 거쳐 2018년 LG로 전격 이적한 뒤 8년 만에 새로운 팀에서 뛰게 됐다.
당초 김현수는 2022시즌 전 LG와 4+2년 115억 원에 재계약했다. 옵션을 채웠다면 2년 25억 원 계약이 내년부터 발동했을 테지만 그러지 못한 게 김현수로서는 전화위복이 됐다. 김현수는 8년 동안 LG에서 100경기 이상씩 뛰었고, 평균 93타점 이상을 기록했다.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을 듯했던 김재환(37)도 새로운 팀을 찾는다. 두산은 26일 "외야수 김재환과 투수 홍건희, 외국인 선수 콜어빈 등 6명을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발표했다.
김재환은 2021시즌 뒤 두산과 4년 115억 원에 FA 계약을 했다. 당시 두산은 다른 구단들과 영입 경쟁 속에 김재환과 '4년 계약 뒤 구단과 우선 협상을 진행하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준다'는 내용의 옵션을 걸었다.
올해 계약 협상이 결렬되면서 두산은 김재환을 방출하게 됐다. 보상금이나 보상 선수 없이 김재환을 다른 구단이 영입할 수 있는 상황이라 두산으로선 다소 억울한 입장이다. 그러나 4년 전 김재환을 잡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옵션을 걸어야 했던 터였다.
김재환은 올해 103경기 타율 2할4푼1리 13홈런 50타점에 머물렀다. 지난해 29홈런 92타점을 올렸지만 에이징 커브 조짐을 보였다. 논란 속에 김재환은 시장에 나왔지만 반응이 뜨겁지는 않은 모양새다. FA 꼼수 논란에 예전 금지 약물 복용 전력까지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가 영입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잖다.
42살의 최형우는 10년 만의 친정 복귀를 앞두고 있다. 9시즌을 뛰었던 KIA를 떠나 삼성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형우는 2002년 삼성에 입단해 경찰 야구단 등을 거쳐 2008년부터 주전으로 도약했다. 2011년부터 5년 연속 정규 리그 우승과 4년 연속 KS 우승 등 삼성 왕조의 4번 타자로 활약했다. 2016시즌 뒤 KIA와 4년 100억 원에 FA 계약을 했다. 역대 최초 100억 시대를 열어 젖혔다.
2017년과 2024년 최형우는 KIA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최형우는 올해도 133경기 타율 3할7리 24홈런 86타점으로 건재를 뽐냈다. 지난해도 22홈런 109타점을 올린 만큼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여전한 경쟁력을 입증했다.
소속팀을 떠났거나 새 팀을 찾고 있는 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 좌타자 3인방.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인 가운데 전력 보강을 위한 구단들의 경쟁 속에 선수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