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쿠팡 배송기사 음주운전 의혹 사실무근 결론

제주에서 새벽배송하다 사고로 숨진 쿠팡기사 고(故) 오승용 씨. 대리점 측에서 제기한 음주운전 의혹에 대해 경찰이 고인의 동선과 동료기사들을 수사했지만, 음주운전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쿠팡노조 측은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그 배후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동료기사·동선 조사 결과 음주정황 없어"4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달 10일 새벽에 발생한 쿠팡기사 오승용 씨 사망사고와 관련해 대리점 측에서 제기한 음주운전 의혹에 대해 수사했지만 당시 음주운전으로 볼 만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로써 졸음운전 등 운전 부주의에 따른 사고로 결론 내렸다.   경찰은 동료기사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대리점 측이 고인의 음주운전 의혹을 제기하면서 공개한 SNS 대화에 등장하는 기사들이다. 대리점 측은 기사들이 "음주운전으로 보험 안 되면 안 된다" "그냥 졸음운전이다"라고 하는 등 음주운전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조사 결과 해당 대화는 사고 직후 이뤄졌다. "기사들이 이런저런 내용으로 고인을 걱정하는 대화를 나눴다. 긴 대화 중 만약에 고인이 음주운전을 했으면 어떡하느냐는 식의 걱정하는 부분만 캡처돼서 언론에는 마치 음주사실을 은폐하려 한 정황이라며 공개된 것"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체 대화흐름은 음주운전과 관련 없이 고인을 걱정하는 내용이다. 동료기사들도 오해라고 얘기한다. 고인과 술을 마셨다거나 술 마신 걸 봤다는 사람도 없다"고 했다.   경찰은 사고 직전까지 고인의 동선도 확인했다. 고인은 아버지 장례 다음 날인 8일 오전 2시쯤 가족들과 처가댁에 도착해 9일 오후 2시까지 함께 있었다. 이후 자택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다 9일 오후 6시 30분 출근했다. 새벽배송을 하다 10일 오전 2시 16분쯤 단독 교통사고로 숨졌다.   이 과정에서 사고 전후로 고인의 음주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사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과 119구급대원들도 "운전자에게서 술 냄새 등 음주 의심 정황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고인 음주운전 의혹 제기한 배후 밝혀져야"고인의 음주운전 의혹이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수사기관을 통해 확인되자, 쿠팡 노조 측은 "고인에 대해 심각한 명예훼손과 유가족에게 2차 피해가 이뤄졌다"며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강민욱 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 쿠팡택배본부 준비위원장은 "결국에는 동료기사들이 고인의 음주운전 사실을 얘기하거나 의문을 제기한 게 아니라 사고가 너무 안타깝다거나 혹시 음주운전은 아니겠지 걱정하는 정도인데, 마치 고인이 음주 운전한 것처럼 몬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초적인 사실관계 확인 작업 없이 의도적으로 고인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마치 죽음이 고인의 책임으로 돌리려고 한 의도가 무엇인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새벽배송에 대한 과로노동에 대해 사회적 비판이 큰 상황이었는데 음주 의혹을 제기한 배후가 누군지도 확인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CBS노컷뉴스 단독 보도로 쿠팡 배송기사의 안타까운 죽음이 알려졌다. 오승용 씨는 지난달 10일 오전 2시 16분쯤 제주시 오라2동에서 1톤 탑차를 몰다 통신주를 들이받는 사고로 숨졌다. 당시 1차 배송을 마친 뒤 다시 물건을 싣기 위해 물류터미널로 돌아가는 길에 벌어진 사고다.   오씨는 사고 직전까지 하루 11시간 30분, 주 6일 야간노동을 계속해서 해왔다. 아버지 장례를 치른 뒤에도 하루 쉬고 다시 새벽배송 업무에 투입됐다가 어린 두 자녀를 두고 사망했다. 유가족은 "제2의 승용이가 나오지 않는 게 중요하다. 쿠팡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쿠팡은 아직도 사과가 없다. 대리점 측은 되레 승용이가 동료들과 술 마셨다고 자료를 냈는데 아버지 장례식 직후라 누굴 만날 시간이 없었다. 승용이 죽음에 대해 쿠팡이 사과했으면 한다"고 요구했다.